오세용 개발자가 진행했던 비정기 인터뷰를 이어받아, 이번 인터뷰는 CODEF 마케터가 직접 오세용 개발자를 인터뷰했습니다. 글 쓰는 개발자, 오세용 과장을 소개합니다.


자기소개해 주시겠어요?

오세용입니다. CODEF에서 개발자 겸, 고객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 공지사항도 맡고 있습니다.

공지사항은 뭐죠?

남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더 강력하게 알게 해 주는, 남들이 다 알지만, 조금 더 많이, 강력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죠.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확성기네요?

아닙니다. 공지사항입니다.

출근하면 아침 루틴이 있던데?

아침 루틴. 있죠. 출근하면 자리에서 양말을 벗고 (슬리퍼를 신은 뒤), 애플워치를 풀고, 종이컵에 카누 미니 두 개를 담고, 따뜻한 물 조금을 넣은 다음에, 얼음을 넣고, 찬물을 받고, 찬물이 들어가는 시점에 냉장고를 냉큼 열어서, 몽쉘을 하나 꺼내고 물이 다 담아지면 커피를 섞어서 자리에 앉아 몽쉘을 먹으며 Q&A를 켜고, 밤새 저의 답을 기다리고 있던 Q&A 게시글을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죠.

고객들이 남겨놓는 질문이 많은가요?

엄청 많지는 않은데, 정식 버전 사용자 중에 저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계셔요. 저희 API를 빨리 붙여야 하는 개발사들은 새벽에 테스트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빠른 답변을 해 드려야 해서 답변할 수 있는 건 바로 답변을 하고 문제 파악이 필요한 건 우선 문제를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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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하는 오세용 개발자

학부도 컴퓨터를 공부한 순수 개발자라고 하던데,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네, 컴퓨터 학과 나왔습니다. 2012년에 졸업했어요.

​4학년 졸업작품을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3학년 겨울방학 때, 그러니까 2010년 12월에 SK에서 운영하는 T 아카데미에서 앱 기획과 비즈니스라는 일주일짜리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그때 스마트폰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어서 2011년 1, 2월에 T 아카데미에서 안드로이드 과정, UI/UX 과정을 들었죠. T 아카데미는 무료였거든요. 그러면서 사회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을 알게 되었고, 개발자가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것도 듣게 되었죠.

어떻게 개발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 만들어보자 해서 축구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여서 저 포함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졸업작품으로 축구 앱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때는 축구 앱이 해외의 레알 마드리드같이 유명한 곳만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없었어요. 여기저기 구단에 전화해서 데이터를 요청하고 앱을 만들려고 했죠. 2010년 신생이었던 광주 FC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열어줬어요. 그것을 기반으로 앱 기획을 시작했고 앱을 만들었어요.

이 스토리를 갖고 앱 개발자로 취업을 시작했어요. IT 멘토링 한이음이라는 곳에서 우수상도 받았어요. 앱 기획 개발 스토리를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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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이음 체험사례 공모전 수상 후 인터뷰를 한 오세용 개발자

개발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철학이 있나요?

개발 철학. 저는 개발을 잘하는 개발자가 아니에요. 개발이 좋아서 개발자가 된 사람은 아니죠. 저는 현실에 제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것이 좋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구현이 개발이었고요.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자본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한데, 개발자는 노트북만 있으면 되잖아요? 그래서 그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저만 갈아 넣으면 일단 거대한 것이 아니어도 작은 것은 만들 수 있거든요.

질문이 뭐였죠?

개발 철학이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개발자’가 개발철학이에요. 지금도 CODEF에서 개발자를 하면서 고객 대응도 하고, 내부 팀 운영이나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기술적인 것을 하려고 CODEF에 온 것은 맞지만 기술적인 것만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비즈니스의 전체적인 흐름과 비즈니스에서 우리 팀의 위치를 이해해야 앞으로 개발할 때 어떤 식으로 개발을 해야 할 지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다짜고짜 개발하고 기술적인 것이 구현된다고 마냥 행복해하기 보다는, 제가 개발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기능이었으면 해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개발자! 하지만 어쨌든 중심은 개발자입니다. 제 정체성은 개발자입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개발자!제 정체성은 개발자입니다

그렇군요, 정체성. 그렇다면 생각나는 질문이 있는데요, 개발자가 왜 글을 쓰는 거죠? 글을 쓰고 있었는데 개발자가 된 건가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따로 글쓰기나 논술을 배우진 않았는데, 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았고,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면서 내가 쓴 내용을 남이 읽고 호응을 해주는 것에 재미를 느꼈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말을 할 때는 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제 말을 못 듣잖아요? 그런데 글은 한 번 써 놓으면 계속 읽히니까요. 제 생각이랑 철학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는 것이 좋아요. 흔적을 남기는 것. 그래서 주변에도 글쓰기를 권장하는 편이에요.

2011년 초부터 꾸준히 에버노트를 이용해서 글을 썼어요. 노트를 쓰면 좋은 것이, 저를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쓰다 보면 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후에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죠. 그래서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노트에 남기는 편이에요.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우울한 일이 있거나, 그럴 때 상세하게 남겨요. 누가 나에게 어떻게 해서 얼마만큼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에게 왜 그랬을까? 내가 혹시 그 사람에게 잘못한 것이 아닐까?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내가 잘 할 수 있었던 방법은 없었을까? 지금 지나고 나서 이 일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 할까? 이런 것들을 상세하게 적어봐요. 어차피 저만 보는 거니까. 그러다 보면 생각 정리가 되어서 판단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와레버스와 STEW가 뭔지도 알려주세요. 도밍고 컴퍼니는 망한 건가요?

그 얘기 시작하면 오늘… 괜찮으시겠어요?

크게 도밍고 컴퍼니와 스튜로 나누어서 이야기할게요. 와레버스는 스튜에 속한 거니까.

첫 회사를 월급 50번 받고 퇴사했어요. 4년 2개월이죠. 보통 3, 4년 차 정도 되면 머리가 크고 기고만장해지잖아요. 저도 그랬었죠.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이따가 이야기할 스튜라는 조직은 창업 멘토링으로 시작한 곳이거든요. 거기서 제가 팀장이기에 창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원래 첫 회사 들어가기 전에도 취업을 하지 않고 창업을 하고 싶어 했어요. 주변에서 창업하기 위해서는 취업을 하고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 좋고, 개발적인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서 개발자로 취직을 했던 것이죠. 애당초 개발자도 5년만 하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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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W 소모임을 운영중인 오세용 개발자

이전 회사에서 IT 큐레이션 서비스를 했어요. 이름은 ’S 위키’ 였어요. (스위키). 그때 당시 신입 개발자 후임이 두 명 들어왔는데, 이 친구들을 교육할 커리큘럼이 필요했어요. 이 친구들이 필드에 나가서 필요한 기술로 앱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딱히 엄청난 아이디어는 없었어요. 그때 기사 보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큐레이션 해서 보여주는 앱을 만들자 해서 현업 개발자가 뽑아주는 IT 뉴스를 컨셉으로 시작했어요. S 위키는 처음에 스마트팀이라는 팀의 위키 서비스에 우리가 보게끔 정리하는 용도였거든요. 매일 수작업으로 큐레이션하고 컨셉에 맞춰 현업개발자인 제가 뽑아서 코멘트를 달았는데 이 작업이 상당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것이 느낌이 달랐어요. 제가 참여했던 기업은행 앱은 100만 다운로드 넘게 나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건 500 다운로드, 마지막엔 1,000 다운로드 정도 됐는데 기업은행 앱 100만 다운로드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어요.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니까요. 은행 앱은 제가 만들었지만, 제 것이 아니었고, 제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건 직접 소통하고 고객들의 요청을 제가 반영할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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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저에게 놀라고 감동했어요"

그렇게 1년을 했어요. 저는 그때 저에게 놀라고 감동했어요.​ 저는 제가 꾸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1년 동안 매일 큐레이션을 했어요. 내가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알게 된 거죠. 지방 프로젝트 투입으로 큐레이션할 시간도 충분치 않았는데,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큐레이션하고, 푸시를 쏘고 출근을 했거든요. 이게 되더라고요. 아침잠도 많은데, 하고 싶으니 일어나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하게 된 것이 도밍고 컴퍼니에요.

도밍고 컴퍼니에서는 도밍고 뉴스를 만들었고, 도밍고 뉴스는 도밍고가 뽑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였어요.

도밍고?

도밍고는 접니다. 제 성당 세례명이에요.

그때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다 얘기하긴 기니까, 망한 이유부터 말씀드릴게요. 저는 비즈니스를 모르는 개발자였어요.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았지만, 이것을 만들어서 돈 버는 방법을 몰랐어요.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사업 모델을 만들려고 하는데 도저히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많이 물어봤는데, 자신이 직접 다 만들지 않아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이 많았어요. 그런데, 대표니까 비즈니스를 해야지 개발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나가봤어요.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가보니 비즈니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더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돈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4년 치 퇴직금으로 시작한 거거든요. 돈이 똑 떨어졌는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프리랜서 오퍼가 들어와서 낮에는 프리랜서 개발, 저녁에 비즈니스를 만드는 일을 한 거죠. 그렇게 2016년, 2017년 2년을 보냈어요.

이렇게 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어서 프리랜서 개발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고민하던 찰나에 미디어 쪽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기자 제의가 왔고, 미디어 창업을 했으니 미디어 쪽으로 가서 레거시 미디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미디어 창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기자로 들어가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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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기자 시절 본인이 만든 매거진을 들고 있는 오세용개발자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전에도 알고 있었나요?

제가 S 위키와 도밍고 컴퍼니를 하면서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그 이야기들을 많이 공유했어요. 도밍고 컴퍼니를 하려고 퇴사하고 나니, 신입 때 기억이 나지 않는 거예요. 입사했을 때의 고통이 잊힌 거죠. 창업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중한 기억들이 잊히면 안될 것 같아서 도밍고 컴퍼니 이야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글 썼던 것들을 브런치와 도밍고 뉴스 페이지에 연재했어요. 25화 정도까지 연재해서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올렸죠.

​그것 때문에 제가 어떤 것을 하는 사람인지 알려졌어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전문지) 편집장이 찾던 캐릭터와 일치했어요. 편집장이 찾던 사람은 글을 좀 쓸 줄 알고,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SNS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바로 저였죠. 글도 쓰고 있고, 개발자이면서 미디어 창업도 했고. 그래서 합류하게 된 것이고 그전에는 몰랐어요.

지금도 글을 쓰나요?

씁니다.

어디에 쓰나요?

오세용 닷컴, 개인 블로그에 서평과 오세용 에세이를 씁니다.

개발자 퇴사를 하고 도밍고 컴퍼니까지 마무리하고 기자로 들어갔을 때 개발을 하지 않았는데요, 그러고 나서 CODEF 합류했을 때 고통을 받았어요.

왜요?

기억이 나지 않아서요.

개발도 하지 않으면 까먹는 건가요?

개발도 안 하면 까먹습니다. 경험치는 사라지지 않지만 한참 개발을 할 때보다는 실력이 떨어지게 되죠. 함수나 메커니즘, 개발 플로우도 잘 기억나지 않고. 심지어 저는 안드로이드 개발자였는데, 여기 합류 후 웹 개발을 하게 되어 잘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쓰지 않으면 기자를 할 때 그 스킬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뮤니티에서 글을 쓸 만한 친구들을 모아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의 콘텐츠를 갖고 글을 쓰자고 해서 찾은 것이 동남아, 아세안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자고 해서 아비랩 (아세안 비즈니스 랩)을 만들어서 팀원 6명을 모아서 글을 썼어요. 그런데 이게 리스크였던 것이, 팀원 6명이 아세안 쪽을 잘 모르니까 일부러 리서치해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2~3일이 걸렸어요. 한 달에 한 번 콘텐츠를 쓰면 주말 2~3일을 써야 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돈이 되지 않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죠. 그래서 어떤 비즈니스든 다 쓰자, 해서 당신을 위한 어떤 비즈니스. 와레버스(Whatevers)가 된 것이죠. 어떤 비즈니스를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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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EF 합류 후 다시 개발자가 된 오세용 개발자

개발만 하다 보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콘텐츠가 없어요. 제가 개발을 갖고 제일 재미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팀원이죠. 팀 안에서 개발적인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하면 모르고, 다른 데 가서 하면 안 되는 것들도 있고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할 말이 없는 거죠. 이러면 안 되겠다, 업계 트랜드를 계속 알아야겠다 해서 IT 큐레이션을 하면서 이슈를 정리하는 것도 있어요. 특히나 IT 큐레이션은 트랜드가 빨라 휘발되다 보니, 계속해서 익혀야 하거든요. 계속 보면서 정리해서 글을 쓰고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고 있어요.

저는 저라는 사람이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을 만났을 때 재미있는 사람으로 머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 제가 마케터로 큐레이션 작업을 해야 하는데 위기감을 느낀단 말이죠.

그래요? 저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 루틴이 또 있어요. 그때 큐레이션을 해요.

출근하기 전 루틴이 또 있으세요?

그럼요. 제가 일어나서…

잠깐만요, 너무 긴데요? 두 편으로 나눠야 할 것 같아요.


​기다렸다는 듯이 인터뷰에 반갑게 응해주신 오세용 개발자님. 나눠주신 이야기들이 워낙 깊이가 있어서 그런지 분량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나머지 인터뷰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오세용 개발자의 출근 전 아침 루틴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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